수주 콜로키움 (대담한 대담)|부천 문학 유산, 수주의 시 다시 살펴보기

조희윤
2020-05-27
조회수 136

이글은 2019 수주문학제 수주콜리키움 (대담한 대담)  ‘수주의 삶과 문학속으로’ 토론 글입니다.


  1. 들어가며

지역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지역문학의 연구는 이제 탈중심을 통한 각 지역의 새로운 차이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구체적인 모습의 각 지역마다 지역문학작품을 새롭게 해석하기 시작한 지역문학 연구의 활발한 움직임이다. 그런데 지역문학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연구방법론에 대한 논의나 모색은 아직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문학사에서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는 작가나 작품에서 베제되었던 작가나 작품에 대한 연구라는 점에서 탈중심적인 혹은 탈정전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주변화되어 있는 작가나 작품들만은 다룬다고 지역문학연구가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이들에 대한 논의가 지역성과 함께 보편성을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문학 연구는 단순히 지역에 묻혀 있는 작가나 작품의 발굴을 넘어서 그 작가의 작품에서 구현되고 있는 지역성 즉 지역의 정체성 발견과 함께 보편성으로 나아가야 하는 과제를 지닌다.(남송우, 『지역문학에서 지역문화로』, 전망, 2018.)

수주의 문학세계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 이제까지 논의 되어왔던 것에서 약간 시각을 달리하여 탈중심을 통한 각 지역의 새로운 차이를 모색해보자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에 의하여 부천지역 문학에서 수주의 시 세계를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1. 기존 수주의 시 세계에 대한 조명

수주는 시 세계에 대한 조명은 그의 명성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부분적인 찬사와 ‘민족의식’ ‘조국’ ‘붉은 마음’ 등 수주 시 세계의 단면들만 보고 있거나 이전 평자들의 답습에 그치는 경우가 흔하다. 송영목은 수주에 시세계 연구의 부족함을 지적하였다.(송영목, 「수주의 시정신과 재능」, 『비평문학』, 1991. 169~170쪽.)

수주 변영로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그의 작품을 천착한 연구 논문이나 평론은 상식을 넘어설 만큼 적은 것이 현실이다. 부분적인 평은 약간 있었지만 수주의 시를 총체적으로 조명한 글로는 김명민의 <좌절과 절망 속의 기다림>(연세어문 14, 15집 1982)이란 제목하에 ‘수주 변영로의 시세계’란 부제가 붙은 논문과 송영목의 <수주 변영로 시 연구>(계명어문학 4집 1988) 등이다.

이렇듯 수주 시 연구는 양적으로도 부족하며 그 연구도 앞 선 평자들의 논리를 답습하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박두진은 <논개>를 ‘민족적 의분을 밖으로 내 풍기는 정열보다는 그 의에 대한 강렬한 찬탄讚嘆을 내향적으로 응결시키려 했고 그 긴장이 소박하나 적확的確한 직유直喩에 의해서 조직적인 시미詩美를 이루고 있다.

논개에게 얽힐 수 있는 민족적 정서의 감흥과 그것을 강조하려고 한 이 시인의 수사적, 기교적, 배려가 내적인 연소燃燒와 외적인 형태의 균형을 얻었고 그러한 시의 내실이 다시 논개의 숭고한 애국적 헌시의 외연과 구합具合되어 시 전체의 효과를 잘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또 <조선의 마음>에서는 ‘그의 투철한 민족의식이 매우 세련된 시적 기법에 의하여 성공적으로 주제화 되어 있는 동시에, 그의 시적 기법과 시적 영위營爲의 일체의 목표는 오직 민족의식을 위해서만 설정되어 있는 듯하다’고 한다.(구자룡 엮음, 『변영로 연구』, 산과들, 2012. 86~98쪽.)

김학동도 <‘어둠’의 상황의식과 민족적 좌절감>에서 변영로 시에 나타난 주제의식을 민족정신으로 본다.(구자룡 엮음, 『변영로 연구』, 산과들, 2012. 152~191쪽.)

변영로의 시 전반에 나타난 주제의식은 강한 민족 정신이다. 일제치하의 암담했던 시대상황과 광복 후의 정치현실로 크게 구분되는데. 그에게 직면한 두 가지 다른 국면이지만, 그것이 명암의 이미지로 투영된 것이 아니다.

…<중략>…

변영로는 평생을 지절로 일관한 시인이다. 통시론적으로 그의 시 세계를 세 단계로 나누어 논의했지만, 전체를 통관하는 주제는 민족관념이라 할 수 있다. 각 시기에 따른 저항의 대상이 달리 바뀌었지만, 그에게 보여진 현실은 ‘어둠’에서 ‘어둠’으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김봉군은 일제 강점기의 지상 과제인 ‘나라 찾기’의 방식으로서 ‘조선적인 것’을 발굴ㆍ재조명하여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특히 시조와 민요를 중심으로 한 민족문학 양식의 부흥을 통하여 민족 정신의 탐구와 고취에 몰두하였다고 주장을 한다.

이렇듯 더러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수주의 시 세계를 ‘민족정신’이라고 하는 사람이 다수다. 이러한 이견들마저도 수주 시 세계의 해석의 다양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1920년대의 특수한 시대 상황 속에서는 ‘조국’, ‘민족’ 등이 중요한 가치였다. 그래서 작자도 독자도 수주의 시 <논개>, <조선의 마음> 통하여 ‘민족의식’, ‘민족혼’을 말하고 싶었고, 그렇게 읽었으리라. 그러나 몇 편의 시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시편들은 그렇게 읽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거나 단순화했다고 할 수 있다.


  1. 지역문학 시선에서 수주 시 새롭게 읽기 



         ⓒ 이현정



유승우는 <논개>를 앞의 경우와는 달리 읽었다. 수주의 시에는 시인의 주관적 마음의 세계를 노래하는 관념시가 있고, 객관적인 사물의 속성을 묘사하는 사물시가 있다고 말한다.

‘<논개>는 수주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일제의 사슬에서 풀려나 독립을 한 대한민국이 국어 교과서에 이 작품을 수록했다. 해방과 건국의 분위기 속에서 국정 교과서는 애국을 고취하는 시를 실을 수 밖에 없었다. 수주는 애국시인 <논개>를 쓰면서도 예술 이외의 어떤 의도성이나 목적성을 배제한 것이다.’(유승우, 「낭만주의적 애국심의 서정시, ‘조선의 마음’」, 『수주문학』, 2010, 36~44쪽.)라고 주장을 한다.

아무리 애국심을 노래했을지라도 수준이 못 미치면 독자는 외면한다. 애국심을 고취한다거나 아니면 이와 유사한 목적성을 지닌 시들은 도덕성이나 교훈성을 강조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임진왜란 때 왜장을 끌어안고 순국했다는 논개가 제목으로 되어 있을 뿐 그런 의도성이 전연 드러나지 않는 순수 서정시이다.

수주의 시 세계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민족의식’이 그의 내면적인 고뇌와 자의식이 시적 정서로 표출되어 식민지 체제하의 암담한 현실 세계와 서로 연관지어 조국과 민족의 비애를 노래하였다고 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그런 연유는 시대적 상황과 관련이 있고, 수주의 대표하는 시 몇 편에 기대어 단면들만 보고 있거나 앞선 연구자들에 기대어 답습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중앙중심의 문학에서 지역문학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부천이 유네스코 창의도시(문학)에 선정됨으로써 부천지역의 특수성을 찾아야 할 것이고 보편성을 얻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차제에 간호윤의 수주 시 세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눈여겨볼 만하다.

수주는 고달픈 심장을 멈출 때까지 ‘크나큰 명상’을 찾아 헤맸음을 알 수 있다. 평생을 찾아 헤맨 수주의 ‘크나큰 명상’은 바로 수주가 청년시절부터 그토록 꿈에서 찾던 ‘붉은 그 꽃’이다. ‘붉은 그 꽃’은 바로 수주의 ‘님’이었다.

그래 수주는 평생 부재不在하는 ‘붉은 그 꽃’을 꿈속에서 찾아 헤맨 갈(渴)한 시인이었다. 그는 스스로 자평自評하기를 “생生의 대분류(大奔流:거세게 내달리듯 빠르고 힘차게 흐르는 물줄기)가 없고 정신의 대비약이 결여되었으며 ‘덕성의 원천’이 고갈”되었다고 갈渴의 원천을 기술하였지만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수주의 삶이 지나치게 맑으며 그 정신이 지극히 명료하다. 늘 갈증에 시달린 수주의 문제는 조선의 부재, 즉 ‘님의 근원적인 부재’에서 찾아야한다.

여기서 갈渴은 정신적인 결핍이나 허기, 목마름, 고픔, 갈증 등으로 해석 가능할 것이다. 수주의 시 속에서 가장 중요한 시어의 하나이며 중심 시상이 되고 있는 ‘님’은 무한한 능력을 가진 초월자적 존재라거나 혹은 숭배해야 할 신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어릴 적 시인 자신과 함께 허물없이 어울려 놀면서 자라난 친근하고 가까웠던 님으로 나타난 것인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병렬은 수주의 영시英詩에 관심을 갖고 수주의 문학에서 논의에서 빠져 있던 부분을 논의의 장으로 끌여 들이는 역할을 하였다.

그가 남긴 영시들은 한국문학의 본령에서 제외되는 것이어서 그간의 수주 문학 연구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문학이 아니라 ‘한 작가의 문학’으로 한정할 경우 그 작가의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그가 남긴 모든 작품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중략>…

이러한 수주의 영시들이 그의 삶과 문학을 총체적으로 드러내는 데에 일정 부분 의미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이병렬, 「수주 변영로 영시 소고」, 『수주문학』 제6집, 2009, 22~48쪽.)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두 권의 책에 수록된 수주의 영시(영어로 창작된 시, 영역시 등)를 대상으로 그 의미를 살펴 수주 변영로의 문학을 총체적으로 밝히는 데 한 자료로 제공하고자 한다.

그 외에서 최운선은 수주를 주체지향적 시인으로 보았고, 유영자는 고독한 로멘티스트로 최현규는 수주의 시가 노래로 만들어진 시들을 음악적으로 살펴보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나오면서

그동안 우리는 수주의 문학세계를 단편으로 읽고 이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나름의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 수주의 시 세계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민족의식’이 그의 내면적인 고뇌와 자의식이 시적 정서로 표출되어 식민지 체제하의 암담한 현실 세계와 서로 연관지어 조국과 민족의 비애를 노래하였다고 하는 경우로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의 틀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수주의 대표하는 시 몇 편에 기대어 단편적으로 보고 있거나 앞 선 연구자들에 기대어 답습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셋째, 정치나 행정에서 중앙집권적인 경향과 마찬가지로 문단에서도 중앙으로의 쏠림 현상이 있었다. 중앙문단을 중심으로 알고 이해하였다는 점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수주의 문학은 단편적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었다는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역학에 대한 논의는 얼마 전부터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부천지역은 걸음마 단계에 있다. 학문으로서 정립된 지도 오래되지 않았고 복합학문적 성격상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학연구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일반화되어가고 있다. 특히 지역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지역문학 연구는 이제 탈중심을 통한 각 지역의 새로운 차이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구체적인 모습의 하나가 각 지역마다 지역문학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기 시작한 지역문학연구의 활발한 움직임이다.

타 시도의 한 예로 강진군 시문학파문학관의 경우, 행정당국과 문화예술인들이 시작 단계에서부터 충분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그것을 계획에 충실하게 반영하고 실행계획을 세우고 시민들의 참여하에 축제로 이어가고 있다. 시문학파의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물들이 해년마다 나오고 있다. 또 봄에는 영랑축제, 가을에는 현구 축제를 열고 있다. 삼만 팔천의 인구를 가진 지역이 한 해에 두 개의 축제를 열고 있다.

우리 부천지역 문학인들도 부천지역문학의 정체성을 온전하게 드러내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문학사와 지역문학을 풍성하게 할 수 있도록 연구대상을 확대하고 자료를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유네스코 창의 도시(문학)에 지정된 부천은 유네스코가 문화다양성 협약을 통해 개별민족과 국가의 문화자원들과 표현양식들이 보호되고 보존되어야함을 공언한 의미를 살펴, 부천지역의 정체성을 어떻게 드러낼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역의 문학이 지역문학의 다양성을 더 확보하기 위하여 이를 이끌어가는 시와 시민들 그리고 문화 예술인들의 충분한 소통이 필수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문헌

남송우, 『지역문학에서 지역문화 연구로』, 전망, 2018.

구자룡, 『구자룡의 문학으로 만나는 복사골 부천』, 도서출판 산과들, 2004.

구자룡 엮음, 『변영로 연구』, 산과들, 2011.

민충환 엮음, 『수주 변영로 시 전집』, 부천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 2010.

유승우, 「낭만주의적 애국심의 서정시, ‘조선의 마음’」, 『수주문학 4집』, 2010.

최운선, 「주체지향적 시인, 변영로의 의식세계 탐구」, 『수주문학 4집』, 2010.

시문학파기념관학예연구실, 『김현구 시와 서술적 순수성』, 전남대학교출판문화원, 2018.

『수주문학』 제6집, 산과들, 2009.



2019년 수주문학제 수주 콜로키움 대담집 ‘수주의 삶과 문학속으로’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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